의류, 액세서리…패션에 희생되는 동물들
비단·모피·가죽·충전재도 동물 희생 기반
최근 해외 명품·국내 브랜드도 ‘비건 패션’
가치소비 트렌드, 환경문제 해결도 기대*'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이미지 투데이
‘비건’이라고 하면 흔히 채식주의자를 떠올리죠. 최근에는 음식뿐 아니라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으로 비건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데요. 동물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모피부터 패딩, 니트, 가죽가방, 신발 등을 만드는 데 악어, 밍크, 양, 거위, 토끼 등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의 이번 주제는 ‘패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입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평균 60마리의 밍크가 필요합니다. 털 종류에 따라 수달은 20마리, 너구리 50마리, 여우 20마리, 늑대 15마리, 족제비 125마리, 토끼 35마리, 담비 50마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간의 패션을 위해 소, 여우, 거위, 토끼 등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페타(PETA) 홈페이지
비단(실크)은 누에가 누에고치를 만들기 위해 뿜어내는 실로 알려져 있죠. 누에는 누에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지내다 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오는데요. 빈 누에고치를 수거해 실크로 만든다면 문제될 건 없겠죠. 하지만 자연스럽게 실크를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 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면 실로 뽑아낼 때 실이 뚝뚝 끊기겠죠. 그 경우 품질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누에공장은 누에가 고치를 만들고 나면 유충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뜨겁게 달구거나 증기로 찌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부드러운 모질로 인기가 높은 ‘앙고라’는 앙고라토끼의 털입니다. 앙고라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앙고라토끼를 묶어둔 상태에서 가위로 털을 잘라내는데요. 이때 토끼가 움직이면서 피부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털은 때가 되면 깎아줘야 한다고들 알고 있죠. 하지만 단시간에 많은 털을 얻기 위해 양의 피부에 밀착해 털을 밀면서 피부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겨울옷 패딩은 대부분 오리나 거위의 깃털로 채워져 있는데요. 이 깃털도 산채로 뽑히거나, 도살로 인해 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나 악어, 뱀도 가죽으로 쓰이기 위해 도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입는 옷과 액세서리들은 많은 동물의 희생에서 비롯됐습니다. 이같은 비윤리적이고 반환경적인 패션산업에 대한 성찰로 시작된 것이 ‘비건 패션’인데요. 동물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친환경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제품들이 비건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식물성 섬유라도 토양을 오염시키는 농약을 사용한다면 비건 소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거죠.
베트남의 한 악어공장에서 가죽을 얻기 위해 악어를 도살하는 장면. 이 공장은 명품 브랜드에 가죽을 공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타(PETA) 홈페이지
요즘은 명품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모든 제품에서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형태의 비건부터,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퍼-프리’까지 다양합니다.
독일의 패션브랜드 휴고보스는 완전한 형태의 비건 브랜드로 분류되는데요. 2016년 컬렉션부터 라쿤, 여우, 토끼 등의 모피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울소재를 이용할 때도 양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공급자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뽑은 거위 깃털과 앙고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휴고보스는 대신 파인애플가죽이나 버섯가죽 등 식물에서 채취한 신소재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캘빈클라인, 구찌, 마이클코어스, 랄프로렌 등이 일부 제품에 '퍼-프리'를 선언하면서 한 발자국씩 윤리적 패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파인애플 잎 섬유 피나텍스로 만든 스니커즈. 독일의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는 2016년부터 비건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휴고 보스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2015년 최초로 '비건타이거'라는 비건 패션 브랜드가 생겨났습니다. 이 브랜드는 모든 제품에 천연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비건 소재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낫아워스, 푸시버튼 등의 브랜드도 자리잡았습니다. 국내 비건들의 선택 폭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죠.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도 이같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주 실험동물 편에서도 짧게 소개해드렸는데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점점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실천이 미래의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남대 의류학과 배수정 교수는 “독신 가정과 반려동물이 증가하는 현 시대에 동물의 생명도 존중하자는 사고는 더불어 사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인식,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21세기의 사회적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면서 “환경문제와 연계한 가치소비의 관점에서 비건패션을 교육하고 실천한다면 미래에 발생할 상당한 환경문제와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5일(한국시간)에는 유명 패션브랜드 '캐나다구스'가 모자 장식으로 사용해오던 코요테 털을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늦어도 2022년 말까지는 모피가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을 끝내기로 했다는데요. 페타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캐나다구스에 모피 사용 중단을 요구한지 15년 만입니다. 하지만 재킷의 충전재인 거위와 오리깃털 사용은 계속된다고 하네요. 세상은 분명 바뀌고 있지만, 그 속도가 아직은 더딘 것 같습니다.
미국 배우 매기큐와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활동가들이 캐나다구스의 코요테 모피 사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타 홈페이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쓴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동물의 털은 동물이 입고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부루가 수술을 받은 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1일에는 병원에서 실밥을 풀고 왔는데요. 수술 자국도 깨끗하게 아물었고, 체중도 조금 늘어서 잘 회복을 하고 있습니다. 피부병도 점점 나아가는지, 새 털도 올라오고 있고요. 우주는 언제나 그랬듯 아픈 곳 없이 밥도 잘 먹고, 편집국 집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82&aid=0001103899 |
의류, 액세서리…패션에 희생되는 동물들
비단·모피·가죽·충전재도 동물 희생 기반
최근 해외 명품·국내 브랜드도 ‘비건 패션’
가치소비 트렌드, 환경문제 해결도 기대*'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이미지 투데이
‘비건’이라고 하면 흔히 채식주의자를 떠올리죠. 최근에는 음식뿐 아니라 의류, 액세서리, 화장품으로 비건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데요. 동물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모피부터 패딩, 니트, 가죽가방, 신발 등을 만드는 데 악어, 밍크, 양, 거위, 토끼 등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의 이번 주제는 ‘패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입니다.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에 따르면 모피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평균 60마리의 밍크가 필요합니다. 털 종류에 따라 수달은 20마리, 너구리 50마리, 여우 20마리, 늑대 15마리, 족제비 125마리, 토끼 35마리, 담비 50마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간의 패션을 위해 소, 여우, 거위, 토끼 등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페타(PETA) 홈페이지
비단(실크)은 누에가 누에고치를 만들기 위해 뿜어내는 실로 알려져 있죠. 누에는 누에고치 안에서 번데기로 지내다 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오는데요. 빈 누에고치를 수거해 실크로 만든다면 문제될 건 없겠죠. 하지만 자연스럽게 실크를 만들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 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면 실로 뽑아낼 때 실이 뚝뚝 끊기겠죠. 그 경우 품질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누에공장은 누에가 고치를 만들고 나면 유충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뜨겁게 달구거나 증기로 찌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방이 되어 고치를 뚫고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부드러운 모질로 인기가 높은 ‘앙고라’는 앙고라토끼의 털입니다. 앙고라를 얻기 위해 살아있는 앙고라토끼를 묶어둔 상태에서 가위로 털을 잘라내는데요. 이때 토끼가 움직이면서 피부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양털은 때가 되면 깎아줘야 한다고들 알고 있죠. 하지만 단시간에 많은 털을 얻기 위해 양의 피부에 밀착해 털을 밀면서 피부에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겨울옷 패딩은 대부분 오리나 거위의 깃털로 채워져 있는데요. 이 깃털도 산채로 뽑히거나, 도살로 인해 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나 악어, 뱀도 가죽으로 쓰이기 위해 도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입는 옷과 액세서리들은 많은 동물의 희생에서 비롯됐습니다. 이같은 비윤리적이고 반환경적인 패션산업에 대한 성찰로 시작된 것이 ‘비건 패션’인데요. 동물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넘어, 친환경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제품들이 비건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식물성 섬유라도 토양을 오염시키는 농약을 사용한다면 비건 소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거죠.
베트남의 한 악어공장에서 가죽을 얻기 위해 악어를 도살하는 장면. 이 공장은 명품 브랜드에 가죽을 공급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페타(PETA) 홈페이지
요즘은 명품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모든 제품에서 동물성 섬유를 사용하지 않는 완전한 형태의 비건부터,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퍼-프리’까지 다양합니다.
독일의 패션브랜드 휴고보스는 완전한 형태의 비건 브랜드로 분류되는데요. 2016년 컬렉션부터 라쿤, 여우, 토끼 등의 모피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울소재를 이용할 때도 양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공급자를 우선적으로 선택하겠다고 발표했고요. 살아있는 동물에게서 뽑은 거위 깃털과 앙고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휴고보스는 대신 파인애플가죽이나 버섯가죽 등 식물에서 채취한 신소재를 제품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캘빈클라인, 구찌, 마이클코어스, 랄프로렌 등이 일부 제품에 '퍼-프리'를 선언하면서 한 발자국씩 윤리적 패션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파인애플 잎 섬유 피나텍스로 만든 스니커즈. 독일의 패션 브랜드 휴고보스는 2016년부터 비건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휴고 보스 홈페이지
국내에서도 2015년 최초로 '비건타이거'라는 비건 패션 브랜드가 생겨났습니다. 이 브랜드는 모든 제품에 천연 모피와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 비건 소재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뒤이어 낫아워스, 푸시버튼 등의 브랜드도 자리잡았습니다. 국내 비건들의 선택 폭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죠.
패션뿐 아니라 화장품 업계에도 이같은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주 실험동물 편에서도 짧게 소개해드렸는데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점점 윤리적 소비 트렌드가 확산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실천이 미래의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전남대 의류학과 배수정 교수는 “독신 가정과 반려동물이 증가하는 현 시대에 동물의 생명도 존중하자는 사고는 더불어 사는 사회와 환경에 대한 인식,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21세기의 사회적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면서 “환경문제와 연계한 가치소비의 관점에서 비건패션을 교육하고 실천한다면 미래에 발생할 상당한 환경문제와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5일(한국시간)에는 유명 패션브랜드 '캐나다구스'가 모자 장식으로 사용해오던 코요테 털을 사용하지 않기로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늦어도 2022년 말까지는 모피가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을 끝내기로 했다는데요. 페타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보호단체가 캐나다구스에 모피 사용 중단을 요구한지 15년 만입니다. 하지만 재킷의 충전재인 거위와 오리깃털 사용은 계속된다고 하네요. 세상은 분명 바뀌고 있지만, 그 속도가 아직은 더딘 것 같습니다.
미국 배우 매기큐와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활동가들이 캐나다구스의 코요테 모피 사용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타 홈페이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가 쓴 책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동물의 털은 동물이 입고 있을 때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부루가 수술을 받은 지도 벌써 3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1일에는 병원에서 실밥을 풀고 왔는데요. 수술 자국도 깨끗하게 아물었고, 체중도 조금 늘어서 잘 회복을 하고 있습니다. 피부병도 점점 나아가는지, 새 털도 올라오고 있고요. 우주는 언제나 그랬듯 아픈 곳 없이 밥도 잘 먹고, 편집국 집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편집국 고양이 우주와 부루의 일상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