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이 <미식예찬>(1825)에 쓴 문장입니다. ‘먹을 것’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식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산업, 농업, 경제부터 시작해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있습니다. 물론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도 결코 빼놓을 수 없죠. [먹.진.사]에서는 ‘장르’를 불문하고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의철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44)은 작업장의 노동자들을 하루 많게는 100명까지 검진하고 상담한다. 노동자가 아픈 이유를 작업 환경에서 찾는 게 직업환경의의 중요한 임무다.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면 어떤 환경에 노출됐고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 등을 살펴 원인을 분석한다.
그가 최근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묻는 것은 ‘평소 무엇을 먹는지’ 이다. “2018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업무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39%가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어요. 몸에 쌓인 지방과 그에 따른 문제로 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거든요. 1970년대 한국인도 어마어마하게 장시간 노동을 많이 했지만 이런 문제로 죽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이의철 센터장은 최근 집에서 맛있게 먹은 자연식물식 요리로 ‘동치미 메밀국수’를 꼽았다. 동치미 국물에 삶은 메밀국수를 말면 되니 조리법도 간단한 편이다. 이의철 센터장 제공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여전히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식습관이라는 일상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는 노동자들을 건강하게 할 수 없다는 게 이 센터장의 신념이다. 이 센터장은 특히 “고기가 몸에 좋다는 신화를 깨야 다 같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장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밥은 탄수화물이고 고기는 단백질’이라는 식의 잘못된 이분법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생선까지 포함해서, 동물성 단백질이 각종 질병 유발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요. 실제로 완전 채식으로 생활해도 필요한 열량만큼 골고루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할 일은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보편화되면서 육식을 권하는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가족은 고기 없으면 밥을 안 먹어요’, ‘갓잡은 삼겹살’, ‘고기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다’…. 휴대전화 어플에는 이런 광고 문구가 수시로 날아든다.
반세기 전까지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했던 고기와 생선, 우유, 달걀, 식용유, 설탕은 지금은 식탁 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 센터장은 이 6가지를 식단에서 배제하고 통곡물과 채소, 과일 위주로 먹는 ‘자연식물식’을 권한다.
자연식물식이라고 하면 곡식을 생으로 씹어먹는다든가 채소를 날로 먹는 섭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할 게 없어요. 흰쌀밥은 현미와 잡곡밥으로 바꾸고, 돌솥비빔밥에서 계란과 참기름을 빼는 식으로 응용하면 됩니다.” 미국 생활습관의학회(ACLM)가 권하는 ‘식물성 재료 기반 자연식품 식단(whole-food, plant based diet)’이 자연식물식에 해당한다.
대전 유성선병원 구내식당는 이의철 센터장의 제안으로 ‘비건’ 메뉴가 도입됐다. 사진은 콩나물밥. 이 센터장은 “맛과 영양이 두루 훌륭한데도 ‘비건’이라는 이름만 보고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최미랑 기자
식단을 바꾸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축산업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전 기후·환경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6년부터 정책적으로 자국민들에게 육류 및 어류 섭취 줄이기를 권하고 있다.
[관련기사]기후위기 시대, 채식이 지구를 살린다
이 센터장은 오로지 개인의 건강 문제만 놓고 볼 때도 채식이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방식이 중요하다. “동물의 고통과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해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채식을 한다고 무조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윤리적 동기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는 노력까지 병행해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채식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 채식 인구가 늘고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자 윤리적 채식이 ‘부르주아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비싼 돈을 내고 유기농·비건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처지를 외면하고 비판하는 게 오히려 비윤리적이란 얘기다. ‘닭고기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좋은 단백질 섭취원’이라는 주장도 흔히 나온다.
이 센터장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렇다면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은 계속 몸에 해로운 식습관을 유지하며 살아야 하나요? 항생제 범벅이 된 닭고기의 해로움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맛있는 치킨을 더 자주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온당한가요?”
앞서 지난 2월 그는 한국인의 식단 변화, 동물성 재료 섭취와 만성질환의 상관관계, 자연식물식 실천 방법 등을 담은 책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을 펴냈다. 식단을 짤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특정 영양소를 추가 섭취하고 싶을 때 어떤 식재료를 쓰면 되는지를 상세하게 안내했다. 최근 출간된 <청소년 생활습관의학 안내서> 번역에도 참여했다.
이 센터장 자신은 2011년부터 채식을 하고 있다. “현미밥에 채소 반찬 위주로 식단을 바꾼 후 많이 일해도 덜 피곤하고 나잇살이라고만 생각했던 뱃살이 확 줄어 신기했다”고 한다.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구의 유성선병원 연구실에서 이 센터장과 만나 식습관 개선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생활의 인프라를 바꿔 나가려면 ‘동물성 재료가 맛있고 건강하다’는 오해를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3084217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이 <미식예찬>(1825)에 쓴 문장입니다. ‘먹을 것’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식탁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산업, 농업, 경제부터 시작해 문화, 환경 등 다양한 분야와 연결돼 있습니다. 물론 맛있는 음식이 주는 즐거움도 결코 빼놓을 수 없죠. [먹.진.사]에서는 ‘장르’를 불문하고 ‘먹을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의철 유성선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장(44)은 작업장의 노동자들을 하루 많게는 100명까지 검진하고 상담한다. 노동자가 아픈 이유를 작업 환경에서 찾는 게 직업환경의의 중요한 임무다. 환자가 증상을 호소하면 어떤 환경에 노출됐고 어떤 물질을 다루는지 등을 살펴 원인을 분석한다.
그가 최근 노동자들에게 가장 많이 묻는 것은 ‘평소 무엇을 먹는지’ 이다. “2018년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업무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의 39%가 뇌심혈관질환으로 사망했어요. 몸에 쌓인 지방과 그에 따른 문제로 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뜻이거든요. 1970년대 한국인도 어마어마하게 장시간 노동을 많이 했지만 이런 문제로 죽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이의철 센터장은 최근 집에서 맛있게 먹은 자연식물식 요리로 ‘동치미 메밀국수’를 꼽았다. 동치미 국물에 삶은 메밀국수를 말면 되니 조리법도 간단한 편이다. 이의철 센터장 제공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여전히 근본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식습관이라는 일상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는 노동자들을 건강하게 할 수 없다는 게 이 센터장의 신념이다. 이 센터장은 특히 “고기가 몸에 좋다는 신화를 깨야 다 같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직장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밥은 탄수화물이고 고기는 단백질’이라는 식의 잘못된 이분법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생선까지 포함해서, 동물성 단백질이 각종 질병 유발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고요. 실제로 완전 채식으로 생활해도 필요한 열량만큼 골고루 먹으면 단백질이 부족할 일은 없습니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 보편화되면서 육식을 권하는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가족은 고기 없으면 밥을 안 먹어요’, ‘갓잡은 삼겹살’, ‘고기만이 나라에서 허락하는 유일한 마약이다’…. 휴대전화 어플에는 이런 광고 문구가 수시로 날아든다.
반세기 전까지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했던 고기와 생선, 우유, 달걀, 식용유, 설탕은 지금은 식탁 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 센터장은 이 6가지를 식단에서 배제하고 통곡물과 채소, 과일 위주로 먹는 ‘자연식물식’을 권한다.
자연식물식이라고 하면 곡식을 생으로 씹어먹는다든가 채소를 날로 먹는 섭식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어렵게 생각할 게 없어요. 흰쌀밥은 현미와 잡곡밥으로 바꾸고, 돌솥비빔밥에서 계란과 참기름을 빼는 식으로 응용하면 됩니다.” 미국 생활습관의학회(ACLM)가 권하는 ‘식물성 재료 기반 자연식품 식단(whole-food, plant based diet)’이 자연식물식에 해당한다.
대전 유성선병원 구내식당는 이의철 센터장의 제안으로 ‘비건’ 메뉴가 도입됐다. 사진은 콩나물밥. 이 센터장은 “맛과 영양이 두루 훌륭한데도 ‘비건’이라는 이름만 보고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최미랑 기자
식단을 바꾸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축산업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전 기후·환경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6년부터 정책적으로 자국민들에게 육류 및 어류 섭취 줄이기를 권하고 있다.
[관련기사]기후위기 시대, 채식이 지구를 살린다
이 센터장은 오로지 개인의 건강 문제만 놓고 볼 때도 채식이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방식이 중요하다. “동물의 고통과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해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채식을 한다고 무조건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그는 윤리적 동기로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달고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는 노력까지 병행해야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채식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내 채식 인구가 늘고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자 윤리적 채식이 ‘부르주아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비싼 돈을 내고 유기농·비건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처지를 외면하고 비판하는 게 오히려 비윤리적이란 얘기다. ‘닭고기야말로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좋은 단백질 섭취원’이라는 주장도 흔히 나온다.
이 센터장은 이렇게 되묻는다. “그렇다면 경제력이 약한 사람들은 계속 몸에 해로운 식습관을 유지하며 살아야 하나요? 항생제 범벅이 된 닭고기의 해로움에 대해 얘기하지 않고, ‘최저임금이 오르면 맛있는 치킨을 더 자주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온당한가요?”
앞서 지난 2월 그는 한국인의 식단 변화, 동물성 재료 섭취와 만성질환의 상관관계, 자연식물식 실천 방법 등을 담은 책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을 펴냈다. 식단을 짤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특정 영양소를 추가 섭취하고 싶을 때 어떤 식재료를 쓰면 되는지를 상세하게 안내했다. 최근 출간된 <청소년 생활습관의학 안내서> 번역에도 참여했다.
이 센터장 자신은 2011년부터 채식을 하고 있다. “현미밥에 채소 반찬 위주로 식단을 바꾼 후 많이 일해도 덜 피곤하고 나잇살이라고만 생각했던 뱃살이 확 줄어 신기했다”고 한다.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구의 유성선병원 연구실에서 이 센터장과 만나 식습관 개선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생활의 인프라를 바꿔 나가려면 ‘동물성 재료가 맛있고 건강하다’는 오해를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3084217